2010년 12월 27일 월요일

`양날의 칼` 가계대출 거치기간 제한

금융감독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 제한 방침에 시중은행들이 `기대반 우려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계대출 부실화 차단이라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들의 자금부담과 은행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 때문이다. 은행들은 거치기간 제한에 앞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연착륙(소프트랜딩)`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칫 가계부실화를 잡기 위한 대책이 부실을 더욱 키우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거치기간 제한.."일시상환 리스크 대비해야"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내고 있는 비중이 84%에 달한다. 돈을 빌려 집을 산 뒤 원금상환 없이 버티는 비중이 그 정도라고 보면 된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이 줄지않은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347조원으로 2년 전에 비해 58조원 늘었다. 신규대출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대출에선 원금상환이 없으니 주택담보대출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금리상승 국면이나 경기하강, 부동산가격 하락 등의 충격이 발생할 때다. 빚을 과도하게 끌어쓴 가구나 저소득층 가구는 이자비용마저 버거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지난 2008년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비중은 92.7%에 달한다. 이번에 감독당국이 거치기간 연장을 제한키로 한 것도 지금처럼 가계부채가 쌓이는 구조에선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가계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치기간 연장 관행이 지속되면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가계부채가 초래될 수 있다"며 "은행 자체적으로 거치기간 한도를 설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거치기간이 끝나고 내년 원금상환에 들어가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액(분할상환대출)은 20조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일시상환대출 만기도래액 등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35~40조원 정도가 원금상환이나 대출만기연장 등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거치기간 제한조치를 적용하면 은행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12~14% 정도가 내년 원금상환에 들어가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차입자, 상환부담 커질 듯..부작용 사전 차단해야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이 같은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갑작스런 규제가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했다.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어나고, 은행 입장에서도 대출자산 부실화 가능성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거치기간이 끝나 원금상환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 가운데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식으로 거치기간을 늘려온 이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거치기간 제한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별 차이는 있지만 대출받은지 3년이 지나면 중간에 원리금을 갚아도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은 이를 이용해 다른 은행 대출을 받아 종전 대출을 갚는 식으로 거치기간을 연장해왔는데, 이 같은 편법에 제동이 걸리면 상환압박에 몰리는 사람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연체증가로 은행들의 대출건전성이 나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신정평가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자비용이 10% 증가하면 은행의 부실은 약 2조원 가량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원금상환압박까지 더해지면 부실 가능화 금액이 더 늘어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에서는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부담 증가 우려도 제기됐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취등록세와 설정비 등 주택구입시 초기비용부담을 피하기 위해 거치기간을 두는 실수요자의 경우 거치기간 제한으로 초기비용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실수요자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단계적으로 거치기간을 줄여나가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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